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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남부에서 근사한 국립공원을 만났습니다. 그 곳은 근대 일본의 모던한 도시 풍경에만 익숙해선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이 풍부한 활화산 지대로, 지하에서 연기를 내뿜는 분화구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멋진 지형과 절경의 파노라마를 눈앞에 마주하자 감동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간 것입니다. 나아가, 화산은 그 표면에 절경을 빚어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 자체도 만들고 있음을 이내 알 수 있었습니다.
맨 먼저 찾은 곳은 가고시마현의 기리시마야마 산에 위치한 기리시마킨코완 국립공원입니다. 그 곳은 땅속에서 활동을 계속하는 화산과, 거품이 이는 유백색의 온천이 모여있는 한적한 장소였습니다. 우리는 바위가 지천인 이 산맥을 따라 화산에서 화산으로, 지금까지의 분화에 의해 형성된 분화구를 내려다보며 걸어갔습니다. 이들 태고의 산에는 신들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신화가 있습니다. 일본이 시작된 장소로 믿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애초 나에게 신화란 추상적인 환상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리시마 신궁에서 태양의 여신인 아마테라스오미카미의 손자가 창을 대지에 꽂아서 천손(天孫)이 강림했다고 전해 내려오는 산을 향해 가는 도중, 화산이 길러낸 녹음이 우거진 숲을 지나가면서, 신화와 이를 둘러싼 자연의 연관성을 차츰 이해해가는 자신을 느꼈습니다. 공부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만, 천손강림의 신화가 탄생한 장소에 실제로 발걸음을 옮겨봄으로써 그 관계성을 실감할 수 있었고, 그제서야 여기저기 모든 곳에 신화와 자연의 역사가 서로 얽혀있음을 깨닫게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나가사키현 시마바라 반도에 있는 운젠아마쿠사 국립공원입니다. 이 국립공원의 중앙에 위치한 운젠다케는 반도를 뒤덮듯 높이 솟아있는데, 연신 연기를 뿜어내는 정상에서는 가늘고 길게 연기가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이 화산은 20년쯤 전에 분화를 일으켜, 산기슭 마을에 큰 피해를 안겼습니다. 당시 분화로 매몰된 가옥과 무너진 건물이 그 상태 그대로 보전되어 있는데, 이런 곳에 와보면, 자연이 지닌 크나큰 힘에 대한 두려움과 경의가 솟구칩니다.
지금껏 사람들이 몇 세기에 걸쳐 생활을 영위해 온 것처럼 화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도 일상을 되찾아갑니다. 우리는 바닷가에 자리잡은 작고 조용한 온천마을에 머물렀는데, 이 마을 사람들은 산을 두려워하지 않고, 때로 찾아오는 대자연의 위협을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규슈여행도 막바지에 접어들어, 우리는 규수 중앙에 위치한 아소쿠쥬 국립공원을 찾았습니다. 기리시마와 운젠다케의 차이는 역력했는데, 활발히 활동을 계속하는 화산에 비하면, 이 커다란 아소의 칼데라는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푸르름 가득한 산이었습니다. 도중에 칼데라의 비탈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들렀는데, 여기선 고기가 연하기로 유명한 아소 현지 소를 키우고 있는 농가와, 갖가지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를 방문했습니다. 현지 분들과 수제 장아찌를 먹으며 담소를 즐긴 후, 모닥불과 바비큐를 마음껏 즐겼던 칼데라의 외륜산을 향해 차를 달렸습니다.
칼데라에서 보는 석양의 절경과 산기슭의 야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날 본 모든 것이 원래는 화산의 안쪽이었던 곳에 위치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마을 전체가 칼데라의 외륜산에 둘러싸여 있어, 밖에 나가면 연신 연기가 피어 오르는 화산이 지척인 실정임에도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그들은 산의 위대한 힘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고, 항상 의식 속에 있음을 알았습니다. 분화구에서 나는 굉음이나 분출을 민감하게 알아채고, 산과 더불어 사는 법을 이해하고 익숙해 있었습니다.
규슈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지금까지의 여행을 되돌아보며, 연기를 내뿜는 분화구 정상 부근의 민가에서 떨어진 골짜기에 자리잡은 절에서 좌선을 하며 명상에 잠겼습니다. 다양성 넘치는 멋진 곳을 둘러볼 수 있었던 우리는 큰 행운을 잡은 것이었습니다. 아울러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으로 이주한 후 오늘까지의 시간이 지나도, 일본 국립공원은 아직까지 계속 새로운 발견을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언젠가 당신도 일본을 방문하여 스스로 숨겨진 아름다운 명소를 찾아 나서기를 바랍니다. 희귀한 것, 그곳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